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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무의 상태로 돌아가는 우주와 소유욕

지난 10월 14일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가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을 갖췄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우주선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를 발사했다. 우주선은 앞으로 5년 반 동안 태양계를 가로 지르며 총 29억km를 날아간다. 하지만 성베드로 성당의 돔이 우주라면 지구와 유로파 간의 거리는 그 돔을 떠도는 가장 가까이 있는 두 먼지 사이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137억 년 정도의 나이를 가진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우주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뉴욕 헌터 대학의 에드워드 타이론 교수였다. 그 이유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모든 별과 은하, 그리고 행성은 회전운동을 하는 반면에, 정작 우주가 회전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우주가 무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공은 회전하지 않으므로, 진공으로부터 탄생한 우주는 회전운동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1920년대에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로스앤젤레스 윌슨 천문대에서 천체를 관측한 후, 모든 은하가 빠른 속도로 서로 멀어져가는 ‘팽창하는 우주’ 이론을 발표하여 빅뱅이론(Big Bang)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로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하면서 차갑게 식어 모든 생명체가 사라져버리는 ‘거대한 동결’의 시점에 이르게 된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타이론 교수의 ‘무에서 탄생한 우주’와 허블의 ‘팽창하는 우주’를 생각해 보면,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창조된 후 끝없이 팽창하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런 찰나의 삶 속에서 여전히 소유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시각은 달랐다. 그들은 소유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큰 약점이라고 믿었다. 백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내준 땅을 자기들 소유라고 주장하며 울타리를 만들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원주민 추장은 백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소유라고 부르는 그것이 무엇인가? 땅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 땅은 우리의 어머니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인 동물과 새, 물고기, 그리고 모든 인간을 먹여 살린다. 숲과 강물 등 땅 위에 있는 것들은 모두에게 속한 것이며, 누구나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 한 인간이 그것들을 오직 자신의 것이라고만 주장할 수 있는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필요한 것 이상 갖는 것을 죄악이라 여겼으며, 인간의 필요에 따라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고 그 질서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했다.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에서는 ‘원하다’라는 단어와 ‘필요하다’라는 단어가 같다고 한다.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요하지도 않은데 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소유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끝없이 팽창하다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동결’의 시점으로 돌아가는 우주 속에서 나의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1000억개의 별을 거느린 은하계가 또 다른 1000억 개의 은하계들과 함께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 속의 나. 그것은 우주를 떠도는 하나의 미세한 먼지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찰나의 삶을 살아갈 때, 과연 무엇을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기고 소유욕 상태 우주라면 지구 정작 우주 우주 공간

2024-11-0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흑색왜성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측정 도구나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예측 속에 존재하던 것이 나중에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블랙홀이나 중력파의 발견이 그랬고, 원소주기율표 상의 여러 원소와 힉스 입자도 추측한 후 나중에 발견되었다.     밤하늘을 쳐다보면 무수한 별이 반짝인다. 그러나 별 속에 섞여서 반짝이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태양계의 행성은 별이 아니다. 게다가 별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별의 집단인 은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약 4천억 개의 별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그런 은하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우리 눈에는 그저 한 개의 별처럼 보일 뿐이다. 은하가 약 2조 개쯤 모여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고 하니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의 총수는 지구상 흙 알갱이보다도 많다.   그러므로 우주의 기본 구성단위는 우리의 태양과 같은 별이다. 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 흑색왜성이란 것이 있다. 물론 이론상의 별이다. 별이란 우주 공간에서 떠돌던 수소 구름이 중력에 의해 뭉쳐져서 핵융합 반응을 하여 빛과 열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따라서 별을 이룬 수소가 소진되면 생을 마친다.     우리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은 종국에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지만, 그 크기가 우리 태양 정도 되는 별은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면 부풀어서 적색거성이 되고 결국 백색왜성이 되어 그 종말을 맞는다.     지금부터 약 45억 년 전에 태어난 태양은 현재 주계열성 단계인데 앞으로 50억 년 후에는 크게 부풀어 적색거성이 되고 나중에 바깥 부분이 성운이 되고 나면 작은 백색왜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상상할 수도 없는 긴 시간이 지나며 주변의 우주 공간과 거의 같은 온도까지 내려가게 되는데 그때의 상태를 흑색왜성이라고 추측한다.     별이 태어나서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 적색거성이 되고 나중에 백색왜성으로 변할 때까지는 현재 우리가 사는 우주에서 관찰되지만, 백색왜성이 식어서 흑색왜성으로 변할 때까지는 현재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흑색이기 때문에 가시광선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설사 그런 별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찰할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우주의 암흑물질처럼 중력파에 의해서만 존재를 알 수 있는데 우리 과학 기술은 아직 중력파를 자유자재로 탐지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현재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이라고 추정한다.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그런데 백색왜성이 식어서 흑색왜성이 되기까지는 과학적인 추산으로 적어도 수백 조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우주에 흑색왜성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저 태양 정도 되는 크기의 별이 생을 다하고 맨 마지막에 이르는 이론적인 단계가 바로 흑색왜성이다.   별 중에는 갈색왜성이란 것도 있는데 흑색왜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수소 가스가 중력으로 뭉쳐서 별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 태양의 약 10% 정도 크기에 머무르면서 지속적인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천체를 갈색왜성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별이 되다가 만 별 비슷한 천체를 말한다. 영어 brown을 갈색이라고 번역했는데 사실 우리 눈에는 붉은색이나 오렌지색으로 보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흑색왜성 우주 공간 별이란 우주 현재 우주

2024-09-13

[열린광장] 우주 탐험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기 위해 돈을 번다고 한다. 이의 실현을 위해 그는 2026년에 인간을 화성에 보내고 궁극적으로 화성 이주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머스크의 꿈은 이미 지난 2006년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파피용’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 소설은 14만4000명의 지구인이 태양 빛을 추진 동력으로 하는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그들이 지구를 떠나는 이유는 해수면 상승, 지진, 해일, 신종 돌연변이 바이러스,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에 더는 구원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주여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밀폐된 공간에서 생태계 순환을 재현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와 사업가가 폐쇄된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로 애리조나주의 오라클에 건설했던 1.3 헥타르 규모의 폐쇄된 인공생태계인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를 들 수 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인간을 지구 위의 다른 생태계와 물질교환을 하지 않는 고립된 환경에서 살게 하려는 것이었다.     최근엔 우주 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우주 비행사들이 주로 붉은색과 파란색의 발광다이오드(LED) 빛으로 재배한 베지-원(Veg-01)이라 불리는 한 묶음의 로메인 상추가 우주에서 첫 번째로 수확한 채소로 소개되었다. 우주 비행사인 스콧 켈리와 키엘 린드그렌, 일본인 우주 비행사 기미야 유이 등 3명이 이 로메인 상추를 살균한 후 올리브 기름과 이탈리아 발사믹 식초로 드레싱을 해서 인류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식사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붉은 상추, 2017년에는 양배추와 꽃을 재배했으며, 그 후부터는 매년 조금씩 큰 식물들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마크 벤데하이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약 4개월 동안 칠레 고추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근무하는 우주 비행사들을 위해 약 6개월 분량의 음식과 야채, 그리고 과일을 주기적으로 공급한다. 하지만, 상추나 당근 같은 야채들은 빨리 소비될 뿐 아니라 다음 운송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NASA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비타민이나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식물 재배를 우주 공간에서 실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은 장기적인 우주 탐험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특히, 2030년대 화성으로의 우주 여행이현실화할 경우 비행사들에게 초록색의 식물들을 재배케 함으로써 스트레스 해소 등 심리적 안정감도 갖게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주 비행사들이 식물을 재배하면 마치 자신의 집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뿐 아니라 자신이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주선 내에서 재배한 신선한 야채는 포장 식품에 의존해서 긴 우주여행을 떠나는 비행사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건강식품이 된다. 특히, 토마토와 붉은 상추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산화 방지 성분을 제공해 우주 공간에서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행복감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우주 공간에서 비행사들을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용도 한다. 이러한 우주에서의 식물 재배는 인간을 더 먼 우주 공간에 있는 또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서게도 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마 하루하루 더 낯설게만 느껴지는 지구를 떠나도록 부추길지도 모른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열린광장 가능성 우주 우주 비행사들 우주 탐험 우주 공간

2024-08-2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끝까지

금성 반대편으로 가장 가까운 행성이 화성인데 현대 로켓 기술로 편도 당 약 7달이나 걸린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호는 그렇게 화성을 거치고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지나 지금까지 47년 동안 날아서 태양계를 막 벗어나고 있다. 아직 태양인력이 미치는 곳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보이저호는 현재 성간(星間)을 나는 중이다.     성간이란 별과 별 사이를 말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별이 지구가 속한 태양이고 보이저호는 지금 태양이란 별의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로 향해서 날고 있는데 태양 빛이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약 4년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 은하라고 부르는 은하수 은하에 태양, 그리고 바로 곁에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별이 있다. 우리 은하 안에는 태양과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포함하여 무려 4천억 개나 되는 별이 있고,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쯤 모여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고 한다. 우주가 138억 년 전에 빅뱅이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작하여 시간과 공간이 생겼고, 그 후 계속 가속 팽창하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그 지름이 약 930억 광년 정도 된다고 추측하기에 이르렀다. 굳이 관측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빛의 속도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우주는 빛을 통해서 보이거나 탐지되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 안에서의 이동은 빛의 속도로도 수억 년씩 걸리고 더군다나 우주를 이루는 대부분 물질이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서 아직은 우리가 판단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우주의 시작과 끝을 가늠할 정도의 과학 기술로도 아직 우주 전체의 중력을 거스르는 척력을 밝히지 못했고, 어렵게 찾아낸 블랙홀도 현대 물리학으로 풀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우주 바깥은 무엇인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도 없다. 그런 우주를 어떻게 여행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빛조차 수억 년 걸리는 우주여행을 우리가 직접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인공지능 얘기지만, 얼마 전까지는 가상현실이 화두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직접 루브르 박물관을 가지 않고도 컴퓨터 앞에 특수한 안경을 착용하고 마치 자신이 그 건물 안에 들어가서 직접 관람하는 효과를 느끼는 것이다. 천체물리학이 엄청나게 발달하여 우주 끝도 그렇게 가상현실에서 여행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법이 아니고서는 빛의 속도로도 수억 년씩 걸리는 우주 공간을 실제로 여행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구단을 줄줄 외는 초등학생에게도 인수분해는 급이 다른 산수다. 하지만 인수분해를 통달한 학생에게 미적분을 들이대면 그런 것도 수학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무나 기름을 때서 불을 밝히던 시절에 살던 사람은 백열등을 행여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우리는 탈것을 통한 여행 시대에 산다. 하지만 미래의 여행은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언젠가는 수억 광년 떨어진 다른 은하 속의 별까지도 방문할 날이 올 것이다. 필자가 초등학생 시절에 우리 집에 처음으로 전화가 설치됐다. 그때는 지금처럼 전화를 가지고 다닐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화가 되는 작은 컴퓨터(스마트폰)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지 않는가!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우주 공간 우주 전체 우주 바깥

2024-07-2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상수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영원불변이며 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우주는 처음부터 영원히 그 모양 그대로 유지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허블이 외계 은하의 존재를 발견하고 나아가서는 은하끼리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자기가 만든 방정식에 우주 상수라는 항목을 추가하여 이론상 우주가 중력에 의해서 찌그러들지 않게 수정했다.     하지만 최근에 밝혀진 관찰에 따르면 우주는 일정한 속도로 멀어질 뿐 아니라 점점 빠르게 팽창한다는 것이다. 우주 전체의 중력을 이기고 가속 팽창을 하려면 중력보다 훨씬 강한 척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알 수 없어서 우선 그 모르는 힘을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고 이름 지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미지의 에너지'가 맞는 표현이다.   우주는 일반적인 물질이 약 5%, 그리고 알지 못하는 물질인 암흑물질이 약 25%, 그리고 미지의 에너지인 암흑에너지가 약 70%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나마 5% 정도 되는 보통물질도 우리 맨눈에 보이는 것은 고작 1%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가 우주를 어느 정도 안다고는 하지만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치는 우주를 간신히 더듬는 중이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우주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는 입자이지만 그전에는 원자라고 배웠다. 원자는 중앙에 큼지막한 원자핵이 자리하고 그 주위를 아주 멀리서 핵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전자가 돌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원자핵과 전자를 포함하는 전체 공간은 진공이다.     이야기를 쉽게 하려고 원자 하나를 잠실운동장에 비교하면, 가운데 위치한 핵은 탁구공만 하고 관중석 끝에서 좁쌀보다 작은 전자가 돌고 있는 모습이다. 그 사이의 공간은 진공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태양계에서 태양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 사이의 공간도 진공이고, 태양과 같은 별과 별의 사이도 진공이며, 나아가서는 은하와 은하 사이도 진공이다. 그러므로 우주 공간은 온통 진공 상태다.     그 속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에너지가 있어서 중력을 이기고 은하끼리 서로 멀리 떨어지게 하는 미지의 힘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 정체불명의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태초에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의 진공 속에는 이미 엄청난 에너지가 존재했었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그런 에너지를 진공에너지라고 하는데 먼저 이야기한 암흑에너지와 같은 것인지, 서로 다른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게다가 초거대 블랙홀과의 관계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지만, 모두 과학적인 추측일 뿐이다. 그나마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중력장방정식에 억지로 끼워 넣은 우주 상수가 암흑에너지 정체의 첫 번째 경우다.   공명이 죽은 후에도 중달을 이긴 것처럼 아인슈타인 역시 죽고 나서 100년이 지난 후 자신이 예측했던 중력파가 발견되었고, 어쩌면 암흑에너지도 그가 실수라고 무릎을 꿇었던 우주 상수의 연장선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이 활동하던 때는 천체물리학이 지금처럼 발달한 시절도 아니었고 관측 장비도 구닥다리 시대였지만, 아인슈타인은 그 당시에 이미 중력파를 예측하고 우주 상수를 넣었다 뺐다 할 정도의 천재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상수 우주 상수 우주 공간 이론상 우주

2024-05-17

[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중력파

사람은 눈이 없으면 사물을 볼 수 없지만, 가시광선 파장 너머의 전파를 사용하는 모기나 박쥐, 그리고 레이다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것까지 감지한다. 물론 우리가 무엇인가를 볼 수 있게 하는 빛도 전자기파의 한 부분이다. 그런 식으로 모든 물질은 전자기파에 반응하고 따라서 우리는 지금까지 전자기파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우주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소위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체의 4%에 지나지 않는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현재 과학자들의 추산으로 우주는 아직 우리의 과학 기술이 밝히지 못한 암흑물질이 22%, 그리고 암흑에너지가 74%쯤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주의 96%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직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 나머지 4% 중 성간 가스 3.6%를 빼면 별을 포함하여 눈에 보이는 것은 고작 0.4%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마저도 수명을 다해서 죽어가는 과정에 있는 별은 거의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 주위에 널려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거의 없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력파란 쉽게 말하자면 우주 저 먼 곳에서 블랙홀 같은 거대한 질량을 지닌 천체에 변화가 생길 때 중력이 우주 공간으로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는 파동을 말한다. 상대적 시공간에서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에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을 다루던 뉴턴 물리학에서 그런 개념조차 없었다.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추측되기는 했지만, 그 측정이 너무 어려워서 오랫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하다가 딱 한 세기 후인 2015년에 관측에 성공했다. 그 공로로 중력파를 발견한 사람들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우주 공간에서 질량이 큰 물체가 폭발하거나 충돌할 경우 그 결과 중력의 변화가 생긴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은 이런 중력의 변화가 시공간을 흔들 것이고 그런 출렁임이 파동으로 퍼져 나갈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것이 바로 중력파다. 하지만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그런 미미한 파동을 관측할 수 없어서 그 후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것이 한 세기가 지나서 관측 장비가 개발되자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아인슈타인답다.   만약 전자기파에 의한 통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중력파를 이용한 통신이 개발될 경우 엄청난 통신 혁명을 맞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몸 속에 이상이 생긴 경우 외과적인 수술로 몸을 열어보지 않고도 X선의 도움으로 몸 속을 촬영하여 진단하는 것처럼 중력파는 물질과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항성의 내부라든가 심지어는 블랙홀도 관측할 수 있다.     갈릴레이 이후 향상된 천체망원경을 통해서 우리는 밤하늘을 살폈다. 그러나 광학 망원경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 후 인류는 지구 대기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전파를 이용한 망원경으로 우주 구석구석을 뒤졌다. 그 유명한 허블 천체망원경이 가시광선을 이용한 것이라면, 이번에 발사한 제임스 웹 천체망원경은 적외선을 이용한 망원경이다. 이 두 망원경은 지구 대기층의 영향을 피하려고 우주 공간에서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만약 중력파를 이용한 천체망원경이 개발된다면 중성자별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으며 빅뱅에 대한 더 확실한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중력파 허블 천체망원경 우주 공간 우주 구석구석

2023-08-04

[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우주 돛단배

'언젠가는 우주 공간에 부는 바람을 이용하는 돛단배들이 떠다니고, 끝없는 우주를 무서워하지 않는 자들이 광활한 우주로 나아갈 것이다.'   17세기에 활동했던 요하네스 케플러가 한 말이다. 그는 비록 같은 시기에 활동하던 갈릴레이나 데카르트에게 밀리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점성술에 가까웠던 천문학에 물리학을 도입하여 지금의 천체물리학을 시작한 선구자였다. 비록 상상 속 이야기였다고 해도 과학자로서 미래를 내다본 유의미한 추측이 아닐 수 없다. 실용 가능한 솔라 세일(햇빛을 이용한 항해)의 아이디어를 맨 처음 낸 사람은 '코스모스'란 TV 시리즈로 유명한 칼 세이건이다. 그는 우주를 일반 대중에게 소개한 선구자였다.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고 관찰한다. 돌이 손을 떠나서 호수를 향해 날아갈 때 돌은 입자다. 그 돌이 수면에 떨어질 때 생긴 동심원이 호수면 위에 퍼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파동이다. 파동이란 수면 위에 보이는 여러 동그라미처럼 물리량의 변화가 어떤 주기를 가지고 공간에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하는 논쟁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모크리토스는 빛은 입자라고 생각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파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빛에 대한 논쟁은 뉴턴 때에 이르러 입자설이 주류가 되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은 빛이 입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당시는 뉴턴의 권위에 그 누구도 대들 수 없던 형편이었다.     19세기에 들어와서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파동설이 슬며시 고개를 들다가, 전기의 아버지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에 의해 빛이 전자기파로 밝혀지면서 빛의 파동설이 정설로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로 인해 다시 입자설이 부상하다가 지금은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양면성을 갖는다고 정리되었다.   입자로서의 빛은 그 충돌 에너지가 너무 약해서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에 쏟아지는 빛도 작은 나뭇잎 하나를 흔들지 못한다. 하지만 대기가 없고 중력이 약한 우주 공간에서는 형편이 다르다.     통통한 거미 한 마리를 잡아서 손가락에 거미줄을 몇 바퀴 감아 봐도 아무 감각이 없다. 그러나 무시해도 될 만큼 가는 거미줄이라고 해도 손가락에 수백 바퀴를 감으면 나중에 피가 안 통해서 손가락이 파랗게 변한다. 그대로 며칠 놔두면 결국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     마찬가지로 빛의 충돌 에너지가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우주 공간에 펼쳐놓은 돛을 계속 때리면 부딪히는 광자에 포함된 운동에너지가 돛으로 옮겨져서 그 힘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는 것이 솔라 세일의 원리다. 실험은 벌써 성공했고 이제는 실용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만 남았다.   현대 우주선은 여전히 화석 연료를 산화시켜서 생기는 힘으로 난다. 하지만 우주 돛단배는 큰 돛을 펼쳐놓고 태양에서 나오는 빛 알갱이가 돛에 부딪힐 때 얻는 충돌 에너지로 비행한다.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식으로 광속의 1/5 정도를 최대 속도로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솔라 세일은 우주여행의 혁명이다. 손으로 노를 저어서 배를 움직이던 인류는 나중에는 배에 돛을 달고 바람을 이용하여 지구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이제는 태양 빛이 돛을 때리는 힘을 이용하여 우주를 여행할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돛단배 우주 우주 돛단배 현대 우주선 우주 공간

2023-05-26

한국 첫 달 탐사선 다누리 우주로…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서부시간 4일 오후 4시 8분쯤 우주로 발사됐다.   다누리는 발사 40여분간에 걸쳐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을 마치고 우주 공간에 놓였으며, 발사 후 초기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누리는 발사 40여분간에 걸쳐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을 마치고 우주 공간에 놓였으며, 발사 후 초기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누리가 발사 이후 궤적 진입부터 올해 말 목표궤도 안착까지 까다로운 항행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한국은 달 탐사선을 보내는 세계 7번째 나라가 되면서 우주 강국의 지위를 굳히게 된다.   지금까지 달 궤도선이나 달 착륙선 등 달 탐사선을 보낸 나라는 러시아, 미국, 일본, 유럽, 중국, 인도 등 6개국이다.   달 탐사 궤도선을 보내는 것은 지구-달의 거리 수준 이상을 탐사하는 ‘심우주 탐사’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1992년 하늘로 올라간 이후 30년 만에 한국은 다누리를 통해 지구를 넘어 또 다른 천체를 바라보며 새로운 궁금증과 꿈을 품게 됐다.   매일 밤하늘에서 빛나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뒷면은 보여주지 않고 있는 달이 가진 비밀의 일부를 밝히는 데 한국이 과학기술로 기여할 기회이기도 하다.탐사선 우주 심우주 탐사 우주 공간 우주 강국

2022-08-0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여행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도 우리가 사는 이 땅은 편평하고, 그 끝이 낭떠러지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하늘은 마치 사발을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고 그 둥근 면을 따라 태양과 달, 그리고 온갖 천체가 운행한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과학이 엄청나게 발달하여 우주의 기원은 물론 그 구조까지 거의 밝혀졌다. 우리는 우주가 너무 광대하므로 도저히 그 끝에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몇 백 년 전에 이 땅이 너무 넓어서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처럼.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연료를 태워서 빛의 속도를 내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설사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 몇만 년, 몇억 년씩 걸리는 우주여행은 사실상 이래도 저래도 불가능하다.     120년 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여 시간의 개념을 새로 정리했다. 그 후 시공에 중력을 포함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움직이는 속도에 의해 시간이 달라지고, 중력에 의해 공간이 휘고 시차가 생긴다는 사실을 수학 공식을 이용해서 증명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주변에 익숙해서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 크기, 무게, 부피, 속도 등을 구했다. 한 뼘, 한 발짝, 한 아름처럼 우리 신체의 일부를 측정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고, 말이 끄는 힘을 기준으로 탈 것의 동력 단위로 쓰기도 했다. 산이나 바다처럼 눈 앞에 펼쳐진 대자연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였다.     그러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우리는 며칠씩 가야 하는 거리를 단 몇 시간에 갈 수 있게 되더니, 급기야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천체물리학의 발달은 우리가 기존 사용하던 단위를 훌쩍 넘어버렸다. 시속 800km는 감이 잡히는데, 시속 30만km라고 하면 굉장히 빠르다는 생각이 들 뿐 체감할 수 있는 속도는 아니다.     우리 은하에 태양과 같은 별이 약 2천억 개에서 4천억 개나 된다고 하는데 참 많다고 하는 생각이 들지 그것이 얼마나 많은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가 이 우주에는 또 2천억에서 4천억 개 정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엄청난 숫자를 가리켜 '천문학적 숫자'라고 한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1년을 가는 거리를 1광년이라고 정했다. 빛이 1년 간다면 도대체 얼마나 먼 거리일까?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은 약 8분 후에 지구에 도착한다. 그리고 15시간 후에야 태양계가 끝나는 경계에 이른다. 태양의 자기장은 대체로 그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1977년에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는 최근에 태양계의 끝을 지났다. 빛이 약 17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로, 우리 인류가 만든 탈 것 중 가장 먼 거리를 여행한 것이다. 태양계 가장 외곽인 오르트 구름까지는 1광년이 걸리는데 태양의 중력이 대체로 거기까지 미친다. 계속 3광년을 더 가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 알파성에 도착하게 된다.     태양과 프록시마 센타우리 알파성을 포함한 우리 은하는 그 지름이 10만 광년 정도 된다고 추측하고, 그런 은하 수천억 개 정도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가 된다.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에서 실제로 관측 가능한 부분의 지름은 약 930억 광년이라고 한다. 과연 이것이 끝일까?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여행 우주 여행 우주 공간 프록시마 센타우리

2022-05-0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빅뱅 이론

지금까지 우리가 밝혀낸 우주의 기원은 빅뱅 이론이 대세다. 1927년 로마 가톨릭 신부였던 조르주 르메트르는 아주 작은 점에서 시작한 우주를 상상했다. 그는 과거 어느 시점에는 우주의 모든 것이 한 점에 모인, 시간도 공간도 없던 상태를 생각했다. 나중에 교황청 과학원장을 지내면서 과학과 종교를 엄격히 구별했던 시대를 앞선 선구자였다.     두 번에 걸친 상대성이론으로 이미 세계적 권위를 가진 아인슈타인을 만난 젊은 신부는 자신의 우주론을 설명했다. 그러나 우주는 항상 일정하다고 믿었던 아인슈타인은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후 구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물리학자가 그 이론을 발전시켜 태초에 우주는 큰 폭발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자가 내놓은 이 황당하고 급진적인 이론은 정적 우주론을 기반으로 한 천체물리학의 대세에 밀려 자연스럽게 사장되었다. 당시 유명한 물리학자가 라디오 대담 프로에 출연하여 일부 정신 나간 사람들이 우주가 '꽝(Big Bang)' 하고 폭발하여 시작했다는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며 비꼬았다. 조롱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말이 지금 천체물리학에서 대세로 여기는 빅뱅이다.   1930년경 우리 눈에 별처럼 보이는 것 중, 사실은 그것이 하나의 별이 아니라 별의 집단인 은하라는 사실, 즉 외부 은하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 우리가 속한 은하가 우주 전체인 줄 알았는데, 그런 은하가 또 다시 엄청나게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천체물리학에 큰 획을 긋는 발견이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런 은하와 은하 사이가 엄청난 속도로 서로 멀어지는 것을 알자, 그 속도로 시간을 거꾸로 계산한 결과 우리 우주는 137억 년 전에 한 지점에서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빅뱅 이론이 과학적으로 뒷받침된 것이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처음에는 한 지점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1960년대 초 전화회사 연구원들이 인공위성에서 수신한 전파에 섞인 잡음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을 괴롭힌 정체불명의 전파는 우주 전역에서 발생했으며 그 세기도 균일했다. 그것이 빅뱅 직후에 발생한 전자파의 잔해라는 사실로 노벨상을 받았고, '우주배경복사'라고 불리는 이 유명한 발견으로 빅뱅 이론이 대세로 굳었다.   137억 년 전에 대폭발이 있었다. 여기저기 떠다니던 양성자는 중성자와 전자와 결합하여 수소 원자가 되었고 엄청나게 뜨거운 온도로 인해 핵융합이 시작되어 헬륨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쯤 우주 공간 온도가 내려가면서 핵융합은 멈추고 그 대신 수소가스가 중력의 힘으로 응축되어 우주 공간 이곳 저곳에서 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별의 수명이 다하면 덩치가 큰 별들은 폭발하여 여러 원소를 우주 공간으로 퍼뜨리고, 또 그런 별들의 파편이 모여 다시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그 주위에 행성이 생기고 별의 수명이 다하면 폭발을 반복하면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이 이야기가 바로 우리가 어디서 왔으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우리는 무한히 생멸하는 별의 잔해에서 왔으며, 더 과학적인 표현을 빌려 비약하자면 우리는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핵폐기물의 재활용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온갖 별로 가득 찬 은하의 한 귀퉁이에서 우리 인류는 시작되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빅뱅 이론 은하가 우주 우주 공간 정적 우주론

2022-04-15

[시론] 우리가 별을 바라보는 이유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 벽두에는 인생의 궁극적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인생의 가치는 다양하지만 어떻게 살아야만 인간 존재의 가치와 삶의 가치를 누릴 수 있을까? 조용한 새벽 시간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을 하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     시중에는 인생의 궁극적 가치에 대해 가르침을 주는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필자에게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알퐁스 도데의 ‘별’이 단연 으뜸이다. 이 두 소설들은 어린이와 어른의 세대 간 장벽, 시대와 지역 그리고 문화권을 뛰어 넘어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작품들이다.     특히, 어린 왕자의 맑게 빛나는 마음의 눈을 통해 별을 바라보면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우주 공간 안에서 되돌아보게 된다. 자신을 투명하게 보면서, 진정 사람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삶의 가치 척도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볼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요”라고 말한 인생의 궁극적 가치를 두는 비법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한다. 눈에 보이는 세계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다 무궁무진한 삶의 터전을 이룬다. 우리가 보다 온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에 올바른 균형과 조화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끔 툭 트인 무한한 우주 공간을 바라보면서 어떤 것에 매달리거나 안주하려는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한 예로 청명한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아 보는 일이다. 별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안에서도 초롱초롱 별들이 돋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한낮에 상처 받은 우리들의 심성을 별밤은 부드러운 눈짓으로 어루만져준다.     알퐁스 도데는 그의 작품 속에서 “만약 당신이 산속에서 밤을 지새워본 적이 있다면, 모두들 잠들어 있을 때 어떤 신비로운 세계가 고요함 속에서 가만히 눈뜨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별을 바라보는 이유는 무한한 우주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존재를 그 우주공간 안에서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으로 무심히 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주의 신비가 우리의 가슴속까지 스며들 뿐 아니라 열린 귀로 우주의 맥박과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영롱한 별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 마음도 어느새 영롱해지면서 때 묻지 않은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의 순수를 되찾을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 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가질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나눌 것인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보다는 그 일을 통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보다는 목표를 이룬 후 누구를 도울 것인가에 인생의 궁극적 가치를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왜냐하면 인생의 궁극적 가치를 둘 수 있는 토대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랑은 감정의 상태가 아닌 의지의 상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이웃을 사랑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감정적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의 행복을 바라듯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이웃을 조금씩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시론 궁극적 가치 가치 척도 우주 공간

2022-01-16

[열린 광장] 지금 이 순간의 ‘행복’

 낮의 길이가 많이 짧아졌다. 점심 대충 챙겨 먹고 서성대다 보면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문다. 이러다가는 신변잡사의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나게 생겼다. 아일랜드 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자신의 묘비에 새겨 놓았다는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의역된 내용이 마치 나 자신의 일처럼 다가와 쓴웃음을 짓는다.   지구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지낸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위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겠지만 북위 37도를 기준할 때, 초속 350m(시속 1260km)이며, 공전 속도는 초속 30km(시속 10만6560km)라고 한다.     이 같은 속도로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365일이 걸리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어지럼증 같은 것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은 우리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를 말해 준다.     한번 지나간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의 강물이 어제의 강물이 아니듯, 내일의 강물은 오늘의 강물이 아니다. 한번 지나간 순간도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 여기에 이 순간이 있을 뿐이다. 무한한 우주 안에서의 지극히 짧은 이 순간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언제인가 중앙일보에 실린 영어 단어 ‘Nowhere’에 관한 칼럼을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원래 no와 where의 합성어이지만, now와 here가 합쳐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지금 여기’로 풀이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꿈이 아닌 현실이다. 끝없는 우주 공간의 조그마한 행성에서 이 순간 숨 쉬고 있는 것도 현실 운명의 작용이며 자연의 섭리로 인식한다. 행복은 지금 여기 이 순간, 일상의 순환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행복의 시기를 장래의 목표 달성에 맞추다 보면 자칫 한 순간도 만족하지 못한 채 평생을 허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을 즐길 여유도 없이 주변과의 관계는 소홀해지고 스스로를 고립 상태에 가두어 놓기 쉽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가족 및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유기적인 존재인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연대감을 통하여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이 한다는 그 자체로 만족하는 만남에 행복은 스며든다.       문호 톨스토이는 행복의 요체를 다음 세가지 물음에 대한 답으로 설명한다.     첫째,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지나간 과거도 아니고 불확실한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둘째,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 여기에서 나와 같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셋째,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지금 여기서 나와 함께 있는 사람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행복이 있다.     이 순간에 만족하련다. 지금 여기서 하는 일을 그대로 하다가, 때가오면 평화로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만섭 / 전 회계사열린 광장 행복 자전 속도 공전 속도 우주 공간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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